북쪽의 한계선을 걷다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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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시계를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침낭에서 떨면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어제까지 불던 바람이 멈추고 밖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시계 바늘이 마침내 오전 5시를 가리키자 침낭에서 팔을 뻗어 휴대용 가스 렌지를 잡았습니다. 갈은 빙하를 코펠에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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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지만 상당히 추웠습니다. 수증기가 얼어 붙은 텐트 안에서 끓는 물을 조심스럽게 드립퍼에 부었습니다. 보통 단 것을 먹지 않지만, 감기 때문에 단 것이 매우 당기더군요. 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설탕으로 코팅된 쿠키를 베어 물었습니다. 그리고 나자 다시금 침묵이 주변을 감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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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공간에 카메라와 몇 가지 품목만 있었습니다. 마치 제 살면서 갖춰야 할 모든 요소들이 여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병에서 피어 오르는 수증기를 쳐다 보면서 커피와 설탕이 제 몸을 따뜻하게 감싸는게 느껴졌습니다. 숨어 있던 태양이 마침내 떠오르면서 텐트에 빛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의 중요한 요소인 태양도 이 여행에서 저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햇빛이 비추자 외로움은 사라지고 침착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삼 안심하고 다시 침낭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북극의 밤은 위도 77°의 그린란드 북부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에서 제 삶은 오로지 사진과 관련이 있으며, 여기에서 제 유일한 존재의 이유도 바로 사진이었습니다. 제 앞에 펼쳐진 장엄한 바다에는 빙하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수년 동안 지구가 창조해 낸 조각상들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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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멀리서 볼 수 있는 빙산을 향해 얼어 붙은 바다 위를 걸었습니다. 빙상에서 불어 오는 차가운 바람은 가끔 -20°C 이하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럴 때는 체력이 쉽게 고갈됩니다. 대부분의 촬영 작업은 자연 속에서 걸으면서 GF250mmF4로 진행했습니다. 삼각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기대 이상의 사진을 건지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계속해서 장거리를 걸었습니다. 풍부한 색상 재현과 놀라운 고해상도로 지구의 숨결을 포착했습니다. 저는 최고의 자연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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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났습니다. 벌써 4시간째 걷고 있었습니다. 가끔 셔터를 누르기도 했지만 주변 풍경은 거의 변한 게 없었습니다. 하얗게 얼어 붙은 이 망망대해에서 저는 마치 종이에 찍힌 하나의 점 같았습니다. 늦은 밤, 태양이 서서히 지면서 주변은 환상적인 빛으로 둘러싸였습니다. 빙산의 그림자는 더욱 선명해지고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당연히 카메라를 꺼내고 셔터를 누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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